제자훈련과 가정사역

방선기 목사

얼마 전에 일대일 제자양육 세미나에서 훈련을 받고 제자양육을 하시는 어느 목회자 한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분은 세미나에서 배운 대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평신도를 양육하는데 참 재미를 느낀다고 하면서 이들이 다른 평신도들을 일대일로 만나서 또 다시 제자훈련을 하도록 하는데 목회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제자훈련을 통한 평신도교육이 교회에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제자훈련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던 이 분이 이 프로그램에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고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 분이 지적하는 아쉬움은 바로 가정에 대한 문제였다. 모든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마련이므로 크리스챤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가정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성이 있음에도 제자훈련 과정에는 이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 분의 지적을 받고 제자훈련 과정을 살펴보니 정말로 가정문제에 대해서 그다지 많은 관심을 쓰고 있지 않은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제자훈련 과정이나 이 과정을 위한 교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부모와 형제와 처자를 미워해야 한다는 말씀과 관련해서(눅 14:26) 가정을 부정적인 측면에서 다루기는 하지만,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이나 가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양육지침은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실 제자훈련이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과정 가운데 가정에 관한 내용이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아니, 제자훈련의 아주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의 가정과 가정사역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 사역을 제자훈련과 관련해서 교회 안에 양육의 한 부분으로 흑은 목회의 중요한 영역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Ⅰ. 제자훈련에서 가정사역의 긴급성

가정문제에 대한 관심의 부족은 비단 제자훈련 프로그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목회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사회적으로 가정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되고 또 그 문제를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도 가정문제가 일반 목회자들의 목회 관심사에서 그다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설교를 통해서 가정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기도 하고 심방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강단에서 선포하는 말씀만으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문제를 다 다룰 수가 없다. 심방이 이러한 부족함을 보완해야 하는데 지금의 기계적인 방문과 피상적인 대화로는 가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렇듯 목회자들이 가정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목회자들 자신이 가정사역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목회자들이 가정사역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뜰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많은 교인들이 가정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으므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지역교회의 목회자들을 찾지만 그들에게서도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지역교회 밖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이나 가정에 관한 세미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 두란노서원에서 결혼과 가정에 관련한 세미나에 참석하는 참석자들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신학교에서 이런 영역에 훈련을 받지 못한 목회자들이나 지역교회에서 이런 영역의 교육을 받지 못한 평신도들이 가정사역을 위한 훈련이나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필요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이제 가정사역이 목회자들의 목회사역과 교인들의 훈련영역의 아주 중요한 영역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됐다.

Ⅱ. 가정사역의 현실

한국교회의 상황을 보면 아직 평신도의 가정생활을 위한 교육이나 가정사역을 위한 훈련이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대로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그 현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 지역교회의 현실

대부분의 지역교회들 형편을 보면 가정을 위한 정규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없고 필요에 따라 세미나나 특강의 형식으로 진행한다. 주로 오월이 되면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가정 전반에 관한 강의나 자녀교육에 관한 강의를 듣게 된다. 좀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교회는 오월의 네 주일에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하고 마지막에 수양회로 이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년에 한번이라도 가정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교회들의 필요를 채울 만한 강사도 없을 뿐더러 이런 일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오늘날 평신도들로 하여금 성경적인 가정을 이루게 하고 또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성경적으로 해결하게 하기는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가정에 관한 세미나에는 주로 여성들이 참여하는 것이 통념처럼 되어 있어서 정작 교육을 받아야 할 가장인 남자들과는 무관한 프로그램이 되어 버린 형편이다. 마치 제자훈련 사역이 전임 사역자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평신도에게 주어졌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고 또 선교단체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다가 이제 교회 안의 모든 교인들에게 적용이 되었듯이, 가정사역이 여성도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남자들의 중요한 영역임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교회 안의 가정사역을 위한 정규적이며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남녀를 포함한 모든 성도들을 위해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 가정사역을 위한 세미나

다행히 가정사역의 중요성을 느낀 교계의 지도자들이 가정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실제적으로 가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세미나들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두란노서원에서 결혼과 가정 상담세미나를 인도했고 지금은 가정선교교육원(HOME)을 인도하고 있는 양은순 교수가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서 주로 크리스챤 여성들을 상대로 가르치고 있다. 김인수․김수지 부부가 인도하고 있는 “크리스챤 부부생활 웍샵은 부부를 초청해서 1박2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세미나들은 한국교회에 가정과 가정사역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역할과 함께 실제적으로 많은 부부들과 가정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런 독립적인 세미나들이 유익하고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지역교회의 평신도들이 보편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가정사역 세미나는 지역교회 안의 가정사역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모델이 될 수는 있겠으나 대체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 전문 사역자들을 지역교회에 초청하여 훈련을 받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찌하든 지역교회 안에서 목회자가 중심이 되어서 가정사역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Ⅲ. 가정사역을 위한 제언

톰 사인은 교회 안에서 성도들을 양육하는 유형을 네 가지로 보았다(「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제자도」, 두란노서원 pp.91~93). 모든 회중을 통한 양육, 소그룹을 통한 양육, 일대일 관계를 통한 양육, 가정을 통한 양육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것은 기존교회에서 전통적으로 해왔던 것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제자훈련 운동이 강조해왔던 것이다.

이제 네 번째 것이 새롭게 강조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가정을 목회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입장에서 가정을 목회의 방편으로 보는 입장이다. 마치 평신도 개개인을 목회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제자훈련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을 훈련하고 양육할 주체로 만들듯이 이제 각 가정을 새로운 안목으로 보아서 목회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껏 가정사역은 여성들만의 관심거리로 여겨지고 있었고, 실제로 가정이나 결혼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해보면 참석자들의 대부분이 여성들인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물론 여성이 가정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구체적인 문제를 더 많이 직면하게 되므로 가정문제에 더 많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가정에 대한 책임은 남자와 여자에게 똑같이 주어져있고, 특별히 가정의 주도권은 여자에게가 아닌 남자에게 주어졌다. 비록 남자들이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지만 그렇더라도-아니 그렇기 때문에-남자들이 가정에 대해 바로 이해하고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남편과 아내가 하나가 되어 가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가정사역은 남자를 포함해서 부부가 한 쌍이 되어 훈련 받도륵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접근방법은 새로운 것이라고 느껴지나 우리는 이미 성경에서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다음에서 거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Ⅳ. 가정사역의 성경적 근거

이상과 같이 생각해 볼 때 가정사역을 위한 제자훈련이 필요함을 느낀다. 가정문제를 훈련의 내용으로 하는 제자훈련이 필요하며, 이 훈련은 부부를 대상으로 해서 훈련 받은 부부가 다른 부부를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성경적인 근거로는 바울이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양육한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행 18:1~4,24~26).

이 부부는 고린도에서 바울을 만나 그와 같이 거하면서 함에 일했고 그러는 가운데 신앙적인 훈련을 받게 되었다. 바울 사도는 이들 부부에게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필요한 신앙을 가르쳤고 생활에 관한 것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부부관계,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등의 가정문제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엡 5:21~6:4, 골3:18~21).

이렇게 훈련을 받은 이 부부는 나중에 아볼로를 불러다가 신앙의 기초를 잘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사역을 시작한 이들은 분명히 자기 또래의 부부들과 교제를 가지기 시작했을 것이고 그래서 결국은 그들의 집이 바로 교회가 되는 상황으로 쉽게 이끌었을 것이다(롬 16:3~5, 고전 16:19, 골4:15). 그들은 가정사역을 위한 훈련을 받았고 그를 통해 그 가정은 목회의 주체가 되었다.

V. 가정사역을 위한 제자훈련

이제 현실의 필요성과 성경적인 근거를 알았으므로 구체적으로 이 사역에 임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첫째, 우선 목회자부부가 가정사역의 중요성을 동감하고 이를 지역교회에서 확산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역과 달리 이 사역은 목회자부부가 하나가 되어서 함께 사역에 임해야 한다. 이것은 목회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또한 가정사역이라고 무조건 사모나 여전도사들에게 맡길 성질의 사역도 아니다. 제자훈련 사역에 임하는 목회자들이 그 사역에 관한 확신을 가지고 임해야 전통적인 목회사역 속에서 제자훈련의 열매를 거둘 수 있듯이, 가정사역이라는 새로운 사역의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 사역에 대한 목회자 부부의 확신이 필수적이다.

둘째, 목회자 부부가 함께 훈련을 받거나 함께 공부해야 한다. 부부가 이 사역에 확신을 했으면 실제로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그러한 훈련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훈련을 원하는 목회자에겐(지금 실시되는 훈련 프로그램 가운데서) 김인수․김수지 부부의 “크리스챤 부부생활 웍샵이나 주수일․오은진 부부의 “뉴라이프 가정 세미나”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세미나를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분명한 의지만 있다면 가정사역에 관한 참고서적들(챨스 셀의 「가정사역」-생명의 말씀사, 하워드 클라인벨의 「부부성장과정」-대한기독교서회)을 통해 연구를 하고 성경공부 교재를 가지고 함께 공부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두란노서원에서 발간한 부부생활 성경공부나 네비게이토에서 나온 가정생활 시리즈(1권 : 남편과 아내 2권 : 부모와 자녀 3권 : 하나님 중심의 가정 4권 : 가정과 사회)도 좋은 텍스트가 될 것이다. 두란노서원에서 김만풍 목사님을 모시고 했던 가정사역학교는 바로 이런 훈련을 위한 시도였는데 앞으로 이 방향으로 계속 연구할 것이다. 특별히 이번 봄에 계획하고 있는 가정사역학교는 기존의 일대일 제자훈련 과정의 연장으로서 제자훈련의 한 과정이 될 것이다.

셋째, 함께 훈련 받았거나 공부한 것을 토대로 지역교회 안에 중심이 되는 몇몇 부부들과 만나서 훈련을 해야 한다. 이때 충성된 사람에게 부탁하면 그들이 또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는 디모데후서 2장 2절의 원리를 부부에게 적용해서, 훈련을 받은 부부가 또 다른 부부를 만나서 훈련하도록 한다. 이것은 집중적인 양육을 통해 재생산하도록 하는 제자훈련의 원리를 가정사역에 적용하는 것일 뿐이다.

넷째, 훈련과정에서 경건생활에 대한 점검과 생활을 나누는 것은 일반 제자훈련의 과정과 다를 바가 없다. 가정사역훈련을 일반 제자훈련의 연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섯째, 제자훈련을 통해 가정사역이 확장되면 이미 가정을 이룬 부부에게 뿐 아니라 앞으로 가정을 이를 예비부부들을 위한 훈련도 가능하다. 교회 안의 젊은이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데, 이 영역은 책임을 지고 도와주어야 할 부분이다. 두란노서원의 결혼예비학교를 통해서 결혼예비교육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는데, 이런 사역이 지역교회 안에서 목회자 부부나 선배부부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면 젊은 부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섯째, 교회가 가정을 단위로 하는 아주 친밀한 제자들의 공동체가 돼야 할 것이다. 지금 대부분의 교회는 가정의 구성원이 뿔뿔이 흩어져서 교회 속에서 가정을 찾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제 가정사역이 제자훈련과정을 통해서 확산되면 교회가 가정의 연속이 되어 초대교회의 친밀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사역은 교회를 친밀한 공동체로 만들어 줄 것이다.

Ⅵ. 문제점과 결론

이 사역의 가장 큰 거침돌은 부부가 함께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괜히 이런 사역을 했다가 상처받을 사람들이 많을 것을 우려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이들을 위해 충분하고 세밀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불신 남편을 가진 성도들을 전도하기 위한 특별 전도훈련, 불신가정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위한 가정사역 훈련이 별도로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은 앞으로 목회자들이 함께 힘써야 할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미 이루어 놓은 것은 없다. 그러나 이 문제의 심각성과 필요성을 느낀다면 이에 대한 연구를 추진해야 함은 너무도 분명하다. 특히 제자훈련이나 전도훈련의 비전을 가지고 이것을 목회에 적용하기를 원하는 목회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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